누구를 위한 튜링 테스트인가? - 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누구를 위한 튜링 테스트인가?

영화 '엑스 마키나(Ex Machina)'... 고대 그리스 연극에선 올림포스 신들이 위기에 빠진 주인공을 단숨에 구하곤 했다. 이 때 신 역할을 맡은 배우는 거대한 크레인에 매달려... 이런... 상황을 로마인들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기계로부터 등장하는 신)"이라고 불렀다.

... 영국수학자 앨런 튜링(Alan Thuring)은 1950년 인공지능을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타인 시선으로 세상을 인식할 수 없다... 기계의 행동이 사람과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다면 그 기계 역시 정신, 감정, 지능을 갖고 있다고 믿어줘야 한다는 가설이다.

...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기계는 '기계가 아닌 척' 해야 할 수 있다. 사람보다 더 똑똑해서도, 더 도덕적이어도 안된다... 엑스 마키나에 등장하는 '여성' 로봇은... 분명 기계라는 사실을 잘 알지만 주인공은 로봇을 사랑하게 된다... 로봇이 자기를 사랑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 튜링 테스트 대상은 기계가 아니다. 사실 우리 인간을 테스트 하고 있는 것이다. 내 모든 말을 들어주고, 내게 진심으로 관심을 보여주는 듯하는 누군가가 기계라는 사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조선일보, 2015. 04.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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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나와 함께 토론할 수 있는 기계라면, 게다가 심약한 나를 격려해줄 수 있다면, 정말로 그가 기계라는 사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심오한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