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벗고 빛을 입다… 스필버그도 감탄한 '누드 쇼'


(사진: 1951년 시작한 프랑스 파리의 '크레이지 호스'는 벗은 무용수의 몸이 조명을 받아 움직이며 그려지는 한 폭의 누드화다. 하이힐로 높이를 맞춘 동일한 키의 무용수들은 똑같은 분장으로 나와 누가 누군지 구분할 수 없다. 무대는 마술을 채현하는 공간이라 여겼던 창업자 알랭 베르나르당은 현실의 개성을 지우고 환상 속 여인을 보여주길 원했다.)


1951년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공연 중인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다... 여성 무용수 10명이 상반신은 전부 벗고, 하반신은 '간신히' 가리고 나와 90분간 춤춘다... 65년간 600만명이 관람했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마술 같다"고 했다.


공연장은 파리의 대표적 명품 거리 조지생크가(街)에 있다... 


지난 25일 오후 8시... 250석 소극장을 둘러보니... 남녀 비율은 반반정도... 관객의 60% 정도가 현지인, 40%가 관광객이다.


전면이 검게 칠해진 무대는 가로 6m, 높이 2m로 매우 작다. 키 170cm가 넘는 무용수가 하이힐을 신고 서면 머리가 천장에 닿을 듯하다. 제작진은 이 무대를 '블랙박스' 혹은 '매직박스'라고 부른다. 머릿속으로만 그려보던 환상을 무대에서 영사기를 돌리듯 보여준다는 뜻이다.


... 근위대 복장에서 면(面)을 없애고 선(線)만 남겼다. 벗은 몸에 끈을 걸쳐 군복으로 보일 법한 여지를 남겼다...


... 무대의 지휘자는 조명이었다. 빛은 혼합하면 희ㅣ색이 된다. 무용수의 피부도 희다. 10분 안팎의 미니쇼가 10여개 이어지는 동안, 어디서부터가 몸이고 어디까지가 빛인지 알 수 없이 몽롱해졌다.


특히 긴 다리의 움직임에 시선이 모아진다. 세계적인 구두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루부탱이 "다리는 온몸을 불꽃으로 만드는 언어"라고 말한 이유를 알 듯했다... 길고 유연한 여성의 몸을 감출 듯 드러낼 듯 훑어가는 조명을 따라, 움직이는 누드화가 그려졌다.


안드레 데상베르그 제작사 사장은 "섹슈얼하지 않고 센슈얼한 쇼"라고 했다. 성적(性的)인 자극이 아니라 관능적인 매혹을 강조한다는 뜻이었다.


원래 '크레이지 호스'는 노래 부르고 춤추는 파리의 유명한 살롱이었다. 호스(Horse, 말)는 등장하지 않는다. 미국 서부 개척시대 용맹한 인디언 추장의 이름에서 따왔다. '크레이지' 공연을 만든 전위예술가 알랭 베르나르당이 "크레이지 호스의 굴하지 않는 정신을 배워야 한다"며 지었다.


르누아르는 그려서, 아르마니는 입혀서 창조한 여성의 아름다움을 그는 벗겨서 완성했다. 베르나르당은 "여체(女體)를 화폭 삼아 빛으로 그린 그림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여성의 몸을 화폭으로 여겼던 베르나르당은 자신의 '캔버스'에 매우 엄격했다. 무용수의 키는 168~172cm를 뽑는다. 다리 길이는 상반신 대비 3대1~3대2, 양쪽 젖가슴 사이 거리는 21cm, 배꼽에서 치골까지는 13cm여야 한다. 현재 크레이지 무용수는 30명으로, 평균 연령은 24세다. 발레 등 고전 무용을 배운 여성만 뽑는다... 한 달에 한 번 의무적으로 체중을 재야 하며, 성형과 문신은 금지다.


의상이라 불리는 것들은 주로 끈이다... 의상 디자이너 앙투완 크룩은 "무용수들이 옷을 입지 않는데, 왜 디자이너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끈으로 라인을 만들고, 그 라인을 빛이 오차 없이 채우려면 완벽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내한팀 댄스팀장 데이지 블루는... "노출이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무대에서 한 번도 벗은 적이 없다. 늘 빛을 입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조선일보 2015. 04. 05, 신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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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글 자체가 관능적이어서, 읽을 때와는 달리 단순히 글을 베끼는 타자를 치면서도 나는 후덜거렸다.


Posted by 돌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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