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극우 신도 유시타카 의원을 미국 노병과 함께 일으켜 세운 일이다.

 

아베 총리가 이날 선 연단은 74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일 결전을 선포한 곳이었다... 자신에 대한 미국 정가의 관심이 과거에 있지 않다는 것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믿었던 것은 오히려 미국의 진정성이 아니었을까...

 

... 아베 총리가 읊은 앵무새 답변이 과거 문제의 전부였다. 당시 아베 총리의 지루한 얼굴을 보면 그의 가슴에 과거사가 어떤 모양으로 둥지를 틀고 있는지 대충 알 수 있다. 그것도 답을 적어 놓은 종이가 워싱턴의 강풍에 날아가면서 눈곱만큼의 진정성조차 어색한 웃음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윤병세 장관은 일본에 과거 문제를 깨끗이 해결하는 황금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일본은 자국 군사력을 세계로 확대하는 황금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미국도 일본의 군사력을 끌어들여 중국의 해상 만리장성을 견제하는 황금기회를 틀어쥐었다. 과거사 반성 요구가 부동의 동맹국이란 답으로 돌아온 것이다... 미래를 말하는 미·일을 향해 한국은 줄기차게 과거를 말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여전히 미국을 지렛대로 아베총리의 역사관을 바꿀 수 있다고 기대하는 듯하다... 일본은 중국 주도의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참여를 유보했다... "쪼고레또 기브 미"를 외치던 반세기전 아이들과 다를 바 없다.

 

대통령이 말하는 진정성이 이런 차가운 세상에서 얼마나 이해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한국외교도 이제 어른이 됐으면 한다.

 

(조선일보, 2015. 05. 01)

Posted by 돌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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